盧씨 비자금 파문-연희동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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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벼랑끝에 서있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그는 폭풍을 어떻게 헤쳐갈까.
정확히 7년전인 88년 10~11월.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네가지로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대국민사과,전재산.비자금(139억원)헌납,백담사 은둔 그리고 나중의 국회증언.이 길중 어느길을,얼마만큼이나 노 전대통령은 따라갈 것인가.
노 전대통령측은 현재 사과.문제비자금 헌납(몰수될지도 모르지만).검찰출두 또는 국회증언까지는 각오하고 있다.연희동은 이 정도의 선에서 폭풍이 그치기를 바라고 또 믿고 있다.그러나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문제의 돈이 「파렴치한 착복금」의 성격도 있어 노 전대통령측의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어쩌면 그는 제2의 백담사를 찾아야 할 운명에 직면할지 모른다. 노 전대통령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두가지 논리를 갖고있다.하나는 6공때 거둔 돈은 얼마가 됐든 또 얼마가 남았든 정치자금이라는 논리다.다른 하나는 23일 현재 485억원으로 드러난 돈은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 노 전대통령을 속이고 숨겨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노 전대통령측은 향후 대처에 있어 『정도(正道)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은 『검찰 방침대로 조사받을 것이며 국회조사가 있게되면 역시 따를 것』이라고 밝 혔다.매서운 여론에비춰볼때 검찰이 서면.방문이 아니라 소환을 결정하면 노 전대통령은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희동측은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핵심측근은 『국회가 정말 조사할까』라고 반문했다.바로 연희동이 주장하는 정치자금의 광범위성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는 『정치자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어떻게 쓰여지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나라 전체의 안정을 생각해 문제를 벌여놓기만 하면 되겠느냐』고 수습을 주문했다.
노 전대통령측은 조사를 받게 되면 정치자금 조성.용처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측근은 『정치자금은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다 따라다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노 전대통령측은 검찰수사가 끝나는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사과를 할 예정이다.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는 지금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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