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게이트" 사실감.긴박감 짜임새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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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8,19일 방영됐던 MBC『제4공화국』이 극적 흥미와 연출기교가 두드러진 「드라마」라면 21일 첫 방송된 SBS『코리아게이트』는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코리아 게이트』는 1년여 기획작업을 거친『4공』보다 긴 2년이상 장기 기획돼 내용이 충실한데다 연출자 고석만PD가 『1,2,3공』을 거치면서 확립한 「다큐멘터리 드라마」제작기법을 적극 활용,완숙미가 돋보였다.부마사태등을 당시 자 료화면으로 삽입했고 주요장면마다 시간을 분단위까지 밝힌데다 결정적 순간마다 순간정지하는 촬영기교,정밀하게 재현된 세트는 사실감과 긴박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코리아 게이트』의 역사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이런 외형적 장치보다 객관적이고 치밀한 인물.사건묘사다.특히 박대통령이 숨진 26일 밤8시쯤부터 긴박하게 돌아가는 미국측 움직임과 전두환의 부상을 집중묘사한 2회부분은 정치극이 갖춰야할 폭넓은 고증과 깊이있는 역사인식이 돋보였다.
10.26은 유신권력의 물리적 붕괴 수준을 넘어 발생순간 미국의 새로운 대한 정책과 전두환등 신군부의 등장을 낳은 역사의전환점이지만 『제4공화국』은 박정권내의 갈등에만 초점을 맞춰 역사성이 약했다.반면 『코리아게이트』는 박정권- 미국-전두환의3대축을 치밀하게 교차시킴으로써 깊이있는 10.26 묘사에 성공하고 드라마의 역사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깊이있는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치밀한 사건구성을 계속할경우 『코리아게이트』는 오랜만에 남성시청자들을 브라운관앞에 불러 앉힐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작부분에서 역사적 사실재현에 충실,다큐멘터리라는 인상을 많이 준 만큼 이 드라마는 시청자 오도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제작진이 흥미를 돋우기 위해 지나친 극적 조작이나 기교를 첨가한다면 드라마속의 허구를 시청자들이 오해,자칫 왜곡된 역사관을 갖게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1,2,3공』등 기존정치극이 한결같이 역사의 정면해부를 선언하며 의욕적인 출발을 했음에도 석연찮은 마무리로 끝난 것은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사실조작을 심하게 한 탓임을 제작진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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