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신한銀 300억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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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장 여권 일부에서는 이 자금이 6공때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L모씨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측근중 한사람이었던 L씨는 자신의돈을 1억~10억원 단위로 차명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한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계동(朴啓東)의원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지목한 300억원의 실제 돈임자는 과연 누구일까.
검찰이 조사에 나선다면 이 미스터리를 풀지 않고는 다른 모든의혹이 풀리지 않게 되어 있다.
우선 이 돈이 박의원 주장대로 노씨의 비자금일 가능성을 전혀배제할 수는 없다.
박의원의 주장 중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에서 4,000억원의 거액이 빠져나갔다는 대목 등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지만,아직 실제 전주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씨의비자금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증거는 없기 때문 이다.
또 설혹 노씨의 자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또 다른 6공 고위직의 비자금이 마치 노씨의 자금인 것처럼 맡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노씨든,다른 고위직이든 정치권의 비자금이 아니라면 자신의 이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사채 전주나 기업인 또는 신한은행의 설립기반인 재일동포가 실제 전주일 수도 있다.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관측을 하고 있다. 우선 이원조씨가 노씨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이라기엔 그 수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련한 이원조씨가 한꺼번에 4,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한 은행 지점에 넣어둘 리가 없고,또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일부돈을 예치했다 해도 이우근 전지점장의 말 처럼 실명제 실시 이후에도 아무 연락 없이 돈을 내버려 둘 리가 없 다는 것이 그같은 판단의 근거다.
따라서 금융계에선 아무래도 다른 정치인이거나 사채전주의 돈일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다.
한편 실제 전주가 나타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300억원의 향방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차명 예금임이 드러난 이상 이 돈은 진짜 주인이 나타나 실명전환해야만 꺼내갈 수 있다.
제발로 나타날지,검찰 수사결과 끌려나올지 어느 쪽일지는 모르지만 어느 경우든 실제 주인은 나타남과 동시에 무거운 과징금과세금을 물고 국세청의 자금 출처조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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