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연희동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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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퇴임후 매주 금요일 등산을 원칙으로해왔다.북한산.관악산등 서울 근교 산을 주로 다녔다.
그러나 금요일인 20일에는 등산을 하지 않았다.
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은 『이달들어 한번도 등산을 못했다』고전했다.그말은 노 전대통령측의 최근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사례다. 노 전대통령에게 10월은 꼬이기만 하는 달이다.바깥 출입도 급격히 줄었다.
그는 이달초 동문모임인 경신회에서 『광주사태는 문화혁명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발언한뒤 홍역을 된통 치렀다.박계동(朴啓東)의원의 「4,000억원 비자금 분산예치」주장은 엎친데덮친 격이다.한 6공 인사는 이날 『설상가상(雪 上加霜)』『내우외환(內憂外患)』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박의원 발언이 있은 19일 노 전대통령측의 반응은 격렬한 것이었다. 『현역의원의 본회의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다지만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이 성립되는 것 아니냐』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강경자세는 20일 상당히 수그러들었다.박실장은 『소송이 성립 안된다는 의견이 더 많더라』며 관망자세를 취했다.
노 전대통령측은 이 문제에 대해 한영석(韓永錫).정구영(鄭銶永)씨등 민정수석출신의 율사들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방향전환은 비공식으로 입수한 비자금관련 정보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관계자는 『신한은행에 예치된 300억원이 연희동 것이 아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속은 여전히 편치 못하다.『사실여부는 정부 조사에서판명되겠지만 박의원 발언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땅에떨어졌다』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측은 이번 파문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루어진 뒤에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조사결과 서석재(徐錫宰)전장관 발언때처럼 오리무중으로 끝나면의혹의 장기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이래저래 착잡한 노 전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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