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바른 韓日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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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일합방조약의 적법성(適法性)여부를 두고 빚어진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단순한 역사인식차이를 넘어 한일 양국의 전반적 관계의 훼손 우려까지 나올만큼 증폭되고 있다.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바탕으로 관계정상화가 이뤄진 이후 가장 냉랭 한 분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까지 군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지도급인사들의 망언(妄言)이 숱하게 있어왔고, 그때마다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 경우만큼 심각한 외교분쟁으로까지 비쳐진 일은 없었다.이처럼 한일관계가 손상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당국자들이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시인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가지 객관적 사료(史料)로도 드러나고 있는 한반도 강점(强占)의 불법성에 대해 일본 당국자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이번 기회에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두고 두고 한일관계는 물론, 일본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그르치는 불씨로 남아 있게되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에 대한 한일 두나라 사이의 인식차이는 따라서 가능한한 빨리 좁혀져 더 큰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두나라 정부가 서둘러 야 한다.서로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되고, 일시적인 타협책으로 위기를 넘기려 해서도 안 된다.근본적으로 역사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일본인들이 표면적으로는 유감을 표할지 몰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인식을 바꾸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렇게 되도록 두나라 모두 노력을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두나라가 긴밀하고도 진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식의 차이를 좁히도록 협조해야 한다.그래야 설득력도 있고신뢰도 쌓인다.외교경로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서로가 노력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두나라 국민이나 정부 모 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한일간의 긴밀한 협의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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