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노외상 訪韓할까-꼬이는 韓日관계 해법 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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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일합방조약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 총리의 「망언」파문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 대응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아온 외무부가 17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 외상의 발언을 계기로 강경대응 쪽으로 뚜렷히 방침을 선회함으로써 한-일 관계가 급속 냉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외무부는 이날 『남북분단은 일본 책임이라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인식은 잘못』이라는 고노 외상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대변인 성명을 통해 「극히 유감」이라는 외교적 수사로는 이례적으로 초강경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냉정한 대응을 강조해온 외무부의 갑작스런 방향 전환은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책당국자들의 거듭된 역사인식 오류가 더이상은 참기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도 판단이지만 갈수록 비등하는 국내여론도 정부로서는 무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측으로부터 한일합방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재해석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외무부의 곤혹스러움이 있다.뭔가 해법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쪽에서 흘러나온 고노 외상의 방한 추진 보도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있다.아직 방한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고노 외상이 방한할 경우 들고올 보따리의 내용이다.『지금까지 공 식적으로 되풀이해온 정도의 해명이 보따리의 내용이라면 차라리 오지 않느니만못할 것』이라는 외무부 당국자의 논평은 고노 외상 방한에 대한정부의 적극적 기대와 함께 일본측에 대한 강한 주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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