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연기되면 미국 쇠고기 수입도 늦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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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쇠고기 고시를 연기한 데 따른 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 행정절차법에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 20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치라는 규정만 명시돼 있을 뿐 고시 시기를 못 박은 규정은 없다.

일단 공고기간은 13일 자정을 기점으로 법정 기간인 20일을 모두 채웠기 때문에 언제 고시를 하든 문제는 없는 셈이다. 특히 한·미 양국이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면서 고시일을 따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 관계나 국내 협상 이행 일정상 무리가 없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렇다고 고시 시기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양국 간 합의된 국제협약을 국내 여론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무작정 늦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고시 발효 시기는 검역단이 귀국하는 25일께가 유력하지만 검역단의 보고 내용에 따라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며 “고시일이 늦춰지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달 하순께 고시를 하면 한·미 양국이 타결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은 즉시 효력을 갖게 된다. 검역 작업도 재개된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10월 검역 중단으로 발이 묶인 5300여t의 미국산 쇠고기가 컨테이너 야적장 등에 보관돼 있다. 종전 위생조건에 따라 수입된 ‘뼈 없는 쇠고기’다. 이것이 우선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입조건에 따라 허용된 LA갈비 같은 ‘뼈 있는 쇠고기’는 미국 내 수출 통관절차와 운송 기간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께 국내 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재협상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 중단’이란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인 데다, 미국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시 내용의 미세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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