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낭자들 검도수련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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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핫!」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도복을 입은 여성 5명이 허공에 솟아올랐다.순간 조용했던 도산공원(서울신사동)의 적막이 깨지면서 한가롭게 놀던 비둘기들이 깜짝 놀라 떼지어 날아갔다.
여성들은 허공에 머무르는 짧은 순간 양손에 굳게 쥔 목검으로허공을 힘있게 베었다.
몸이 땅에 닿자마자 다리를 땅에 고정시키고 목검을 머리위로 받쳐든다.미동도 하지 않지만 앞을 바라보는 눈매만은 매섭다.
이른바 해동검법의 「복호파검세」.호랑이가 웅크리며 먹이를 노려보는 자세다.그 동작이 끝나자마자 한발로 서는 외수검법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눈부시다.
『모처럼 야외에 나와 검도수련을 하니 기분이 상쾌하네요.자세를 정확하게 잡으면 온몸이 금방 땀으로 흥건해져요.하지만 스트레스는 산산조각이 나죠.』 모처럼 신사동 도산공원 잔디밭에서 한시간 남짓 야외수련을 한 권순선(24)씨는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모인 여성들은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해동검도 중앙도장에서검도를 가르치고 배우는 여성 5명.
야외수련은 권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서 그동안 배운 검법을 마음껏 펼쳐보이고싶다는 의도였다.여성관장 신현구(39)씨가 흔쾌히 동의했다.자신도 모처럼 진검으로 대나무베기를 해보고 싶던 참이었다.검도 4단의 사범 김은정(27)씨를 비롯,4명의 동료 들도 같이 참가했다. 권씨는 송파구에서 사진관(으뜸 스튜디오)을 운영한다.
해동검법을 배운 것은 1년반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호신술을 한가지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서근처 도장을 찾았어요.해동검법은 우리 고유의 무술이라는 생각에서 진작부터 호감이 갔었지요.지금은 하루라도 검을 잡지 않으면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요.』 권씨는 주위의 여자친구들도 검도에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권씨처럼 건강과 활력을 찾기위해 검도를 배우는 여성들이 크게늘고 있다.
권씨가 검도를 배우는 대치동 중앙도장의 경우 현재 수강인원 200여명 가운데 20~30대 여성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해동검도 200여개 지부에서 배우는 2만여명 가운데 30%이상이 여성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해동검도협회 강영욱 상근부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할때 해동검도를 배우려는 여성들이 30%이상 늘어났다』며 『이제 여성들에게 검도는 무술이라기보다 멋진 레포츠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느낌』이라고 말했다.
해동검도장에서는 여성들에게 검도를 가르칠때 하루 한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수강료는 해동검도 지부마다 다소 다르지만 하루 한시간씩 한달에 8만원선.한국해동검도협회(539-8732,562-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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