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波萬波 노 前대통령 5.18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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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광주사태는 중국 문화혁명에 비하면아무것도 아니다』는 발언이 일파만파를 예고하고 있다.
민자당으로선 야권이 5.18특별법을 제출해 놓은 마당에 이런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격이라며 조기수습의 가닥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노 전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11일 유감의 뜻을 피력했다.반면 야당은 모처럼 호기(好機)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회의측은 이번 발언을 5.18특별법 제정문제와 연관지어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노 전대통령측이 적극적 해명에 나섰다.이날 박영훈(朴英勳)비서관은 『국민화해와 화합의 차원에서 한 얘기가 본의와 다르게전달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87년 대선 당시 광주문제의 성격을 「광주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했었다는 점을 적시했다.민자당은 한마디로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노 전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민주계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로선 낭패다』고 말했다.이날 손학규(孫鶴圭)대변인도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후 『노 전대통령의 진의는 그렇지 않을것으로 생각하나 어쨌든 그런 발언이 사실이라면 적절치 못하 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적극적 해명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기수습의 필요성을 담은 말이기도 하다.
…노 전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워낙 발언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5.18 특별법 제정문제가 정치현안으로 걸려있는 상황이다.
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반성과사과는 하지 않고 유감 운운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5.18희생자를 다시 한번 우롱하는 처사』라며 『다시 솔직한 해명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자당까지 노 전대통령의 진의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가재는 게편」이란 말인가』고 몰아쳤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입을 다물었다.
노 전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 밖에서부터 거센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규택(李揆澤)대변인은 『야수의 탈을 쓴 가증스러운 모습』이라고 최대의 자극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안성열(安聖悅)자민련대변인도 『노 전대통령의 역사인식이 크게잘못돼 있다』면서 『진심으로 사죄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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