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원건수 세계 4위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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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은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인 ‘특허 강국’이지만 여전히 특허수지 적자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자 규모가 세계 5위였다. 반면 2002년까지 특허수지 적자국이었던 일본이 이제는 미국에 이어 특허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나라로 떠올랐다. 특허수지는 해외로부터 받은 특허료와 상표·저작물 등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사용료에서 해외에 지급한 금액을 뺀 차액으로 특정 국가의 국제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소가 2006년 기준으로 각국의 특허수지를 집계한 결과 미국이 35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영국·프랑스 등이 뒤를 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의 흑자 규모는 46억 달러로 역대 최고였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허수지는 2003년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된 뒤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14일 발표될 지난해 수지도 흑자가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일본의 특허수지 흑자 확대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일본 기업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반면 이 연구소가 집계한 2006년 한국의 특허수지는 24억77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적자액(26억 달러)보다 다소 적다. 한은 관계자는 “특허수지에 포함하는 항목에 따라 집계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아일랜드·싱가포르·중국·캐나다 등에 이어 적자 순위 5위에 해당한다.

특히 적자 규모가 매년 늘고 있어 당분간 한국이 특허수지 적자국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에 지급한 특허사용료가 역대 처음으로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특허사용료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특허수지 적자액은 31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세계 4위의 특허출원국이란 위상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2003년 이후 2006년까지 연 11.3%가 늘었고, 2006년엔 16만30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적자 규모가 더 늘고 있는 것은 특허는 내놨지만 실제 제품개발에 활용하기 힘든 휴면특허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등록특허 중 휴면 비율은 6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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