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촬영을 나가서도 장난꾸러기 아버지는 어찌나 저를 괴롭히는지요. 아버지는 카메라 바로 옆에서 저를 흔들고, 연기자들에게 손짓발짓 해가며 연출을 하세요. 다른 드라마 PD들이 대개 모니터를 보며 연출하는 방식과는 다르죠. 아버지가 저를 들고 흔들면 가끔 카메라에 잡히기도 해요. 그런데 '못된'(?) 조연출은 컴퓨터그래픽까지 동원해 저를 지워내지요. 장금이 이영애 누나는 손에서 절 놓지 않아요. 누나는 천사표 얼굴과 달리 연기에 들어가면 어찌나 독종인지요. 자기 대사 나오는 곳마다 한 귀퉁이를 주욱 찢어서 표시를 해놓고요, 쉴 새 없이 그 부분을 펼쳤다 접었다 하거든요. 장금이 대사가 좀 많나요. 그렇게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니 허리가 남아나지 않아요.
마지막 대본의 기분은 묘해요. 촬영장에서는 다들 화기애애한데, 한편에서는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거든요. 제주에서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다들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한 뒤 왜 뒤돌아서서 제 얼굴에 대고 눈물을 닦을까요. 간간이 콧물도 묻어나오고요. 지저분해서 싫은데…. 아무튼 전 잘 모르겠어요. 웃다가 우는 것이 무슨 뜻인지. 사람들은 원체 복잡한 동물이라서요.
최병길 MBC '대장금' 조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