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감독 ‘하늘로 간 손자 가슴에 묻고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사람들이 ‘큰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김호(64·사진) 대전 시티즌 감독은 금쪽같은 손자를 저 멀리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날에도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김 감독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자동차 사고로 며느리(30)와 하나뿐인 손자(4)를 동시에 잃었다. 평소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주며 “나를 쏙 빼닮았다. 체격도 좋아 앞으로 축구를 시켜야겠다”며 자랑했던 바로 그 아이였다.

9일 오전 발인 및 장례 절차를 마무리 지은 김 감독은 왕선재 코치의 차를 타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 보조구장으로 향했다. 차를 탄 후 스르르 잠이 들 정도로 심신이 피곤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훈련을 챙겼다.

이뿐이 아니다.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 빈소를 차린 8일에도 대전까지 달려와 훈련을 지휘했고 저녁에 다시 빈소로 돌아와 조문객을 맞았다.

코치들에게 맡길 법도 하지만 상을 치르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훈련을 거르지 않은 셈이다.

손자를 가슴에 묻은 김 감독은 11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2008 K리그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는다.

김 감독은 1984년 한일은행 감독 시절부터 K리그 통산 199승을 거둬 1승만 더하면 국내 감독 중에서 처음 200승 고지를 넘게 된다. 199승을 거둔 후 울산과 경남에 잇따라 덜미를 잡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황선홍 부산 감독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94년 월드컵 당시 스승이기도 한 김호 감독과의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K리그 데뷔전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후 정규리그서 3무4패로 7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컵대회를 포함해 12경기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수원 삼성은 1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으로 대구 FC를 불러들여 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는 정규리그에서 19실점으로 14개 구단 중 가장 많이 골을 내줬다. 그러나 무려 17골을 뽑아내며 득점에서는 수원, 성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