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운명의 단짝 맞대결-이상훈.마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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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의 세계는 비정하다.
그라운드에 나서면 프로는 오직 승부만을 좇는 냉정한 승부사로변할뿐 우정도 사랑도 잊어야 한다.
둘도 없는 친구로 소문난 고려대 대학동기생 이상훈(LG)과 마해영(롯데)이 7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어쩌면 올시즌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대목에서 마주쳤다.
LG가 1-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1,2루.
신인왕을 노리고 있는 타석의 마해영과 MVP를 노리는 마운드의 이상훈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상훈의 3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마해영의 방망이가커다란 궤적을 그렸다.역전 2타점 2루타.
마해영이 신인왕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순간이었다면 이상훈에게는 고대하던 MVP 타이틀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떨어뜨린 이상훈은 이어 김응국에게 2타점 그라운드 홈런을 허용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걸어 내려갔다.페넌트레이스 20승을 기록한 에이스 이상훈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예상치 못한끝없는 추락.
그러나 냉정한 승부사에서 절친한 친구로 돌아가면 이들은 다시서로를 격려하며 내일을 기약할 것이다.
[부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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