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락한 政黨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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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는 지난주에도 정치권의 저질발언을 우려하고 자제를 당부한바 있지만 요즘 DJ-JP진영간의 이른바 색깔논쟁을 보면 또 한번 우리 정치권의 「수준」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끼리 논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기도하다.논쟁을 통해 정당의 차별성이 부각되고,더 나은 선택을 국민이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이런 정당간의 논쟁은 정책(政策)이나 사회문제를 둘러싼 논쟁이어야 하고,논점( 論點)도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자민련과 국민회의간의 색깔논쟁을 보면 정책논쟁도 아니요,논점이 분명한 논쟁도 아니다.서로 자기들이 「보수」세력이라고 자처하면서 상대방의 과거를 들추고 인신공격으로만 시종하고 있다.게다가 주고 받는 언사(言辭)도 매우 저질. 원색적이어서자칫 우리사회의 공해가 될 지경이다.가령 나이 70이 넘은 노인을 상대로 아직도 군에 갔다왔느냐는 힐난을 던지고,삼척동자도다 아는 JP의 5.16주동을 들어 이제 와서까지 쿠데타주동자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상대방을 향해『정신상태가 과연 온전한지…』라든가 『…를 했던 「자」』라는 식으로 모욕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게 과연 다음 집권을 노린다는 유력정당끼리 할 논쟁인가.
상식적인 예의나 윤리마저 잊어버린 것 같다.원래 「보수」라면 기성윤리와 질서에 대한 존중도 중요한 특징으로 삼고 있는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보면 「보수」를 제대로 할 것 같지도 않다. 정말 「보수」논쟁을 하려면 상대방의 정책.인적(人的) 구성중에서 어떤 요소,어떤 인물이 보수와 상충(相衝)된다든가,의심스럽다든가 하는 점을 제기하고,이를 반박하는 형태가 돼야 할것이다.가령 이번에 제기된 전교조와 보안법에 대한 태도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제기 같은 것은 하나의 논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과거 쿠데타를 했으니 보수를 말할 자격도 없다든가,군에 안갔으니 애국심이 의심스럽다는 등의 덮어씌우기式으로 싸워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정당간에 참다운 논쟁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표(票)될만한 일이라면 자기모순이 되든 말든 무엇이든 안가리는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논쟁을 통해 각기의 정체성(正體性)과 노선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다만 논 리와 말의 수준에서 각별한 개선노력이 있어야 참다운 논쟁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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