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美서 "日本식 실패" 우려-美 포브스誌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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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기업이 일본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美포브스誌 최근호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작년부터 한국기업이 빠른 속도로 미국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대해 미국에 무모하게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다음은 기사요약.
93년 7천4백60만달러에 불과했던 한국기업들의 대미(對美)투자규모가 94년에는 4억1천4백만달러,그리고 금년에는 12억2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가 맥스터(컴퓨터 부품회사)를 사들였고,삼성은 AST(PC메이커)를,LG는 제니스를 각각 사들였다.
이는 한국의 실력을 반영하지만다른 한편으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치러야 하는지도 함께 말해준다.골프장과 영화사.부동산등을 무턱대고 사들여 혼이 났던 일본처럼 한국 역시 미국에서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기술확보를 위한 소형투자는 비교적 잘해 왔다.삼성이 지난 93년 밀피타스라는 방위산업 전자부품회사를 4백20만달러에 사들인 것이 그런 예다.돈은 못 벌었어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한국의 주요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인건비가 급속히 오르는 바람에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한국의 기존브랜드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 만한 좋은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다.따라서 한국기업들은 이미 한물 간 브랜드 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어떻게 잘해 보면 그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과연 기대처럼 잘 될지 의문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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