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기고>김용일 한국의학교육학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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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의학과 교육은 특히 量보다 質이 우선시돼야 한다.의학교육의 질이 낮으면 수준 낮은 의사가 배출될 수밖에 없으며,결과적으로국민 보건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현재의 의학교육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적지 않은 의과대학이 열악한 교육여건과 교육목표에 어긋난 교육과정의 운영으로 질높은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그 어느 분야보다 실험.실습의 비중이 높아야 하는데도 기자재나 임상실습 시설이 변변치 않아 강의 위주로 교육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상당수 의대가 아직도 「기본적인 진료 능력 배양」보다 「생물의학적 연구」에 의학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의 졸업후 진로가 1차 진료의.전문의.기초 의학자 등으로다양한데도 교육 과정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학생이 일률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배우고 있기도 하다.
크고 작은 기초의학 과목과 임상의학 과목이 대학의 교육목표와무관하게,또는 교과목끼리 서로 연관되지 않은 채 강의가 진행되다 보니 교육내용 간에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것이 적지 않다.
또 교수의 강의및 지도 위주로 일방통행식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막상 임상에 들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짜 의학교육은 졸업후 인턴및 레지던트등 졸업후 훈련에 의해 이뤄진다는 얘기까지 있다.
국민들의 늘어나는 의료요구를 해결하는 핵심은 의사를 무조건적으로 양산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를 길러내는 데 있다.임상교수 중심의 교수인력 구성,강의 중심의 교육과정,학생교육에 별 도움이 안되는 부속병원 등 현재 의 여건은 우수한 기초및 임상교수의 균형된 확보,학생중심 교육과정,교육여건 정비 등으로 개선돼나가야 한다.이런 점에서 의학과에 대한 평가 작업은 발전을 위한 자극제로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 평가는 교육여건이라는 하드웨어보다 「무엇을 어떻게가르치고 있는가」라는 소프트웨어를 더 중시해 시도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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