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새 달러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수표와 신용카드,그리고 전자머니가 시대의 흐름이라지만「현금없는 사회」는 아직도 요원하다.현재 세계에서 통용중인 각종 은행권 약 5백억장 가운데 20%가 미국 달러貨라고 한다.금액으로3천8백억달러가 넘는다.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 화가 강세통화로 위세를 뽐내지만 세계통화로서 달러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미국인들은 20달러 이상짜리 고액권은 잘 지니지 않는다.1백달러券의 70%가 해외에 나가있다고 한다.국제사회에서 미국 달러화가 갖는 이 특성 때문에 달러권 의 모양이나 크기를 미국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1928년 이후 달러화는 그 모습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68년만인 96년부터 그 모양이 약간 달라진다.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지폐위조기술 때문이다.
미국에서 위폐 적발은 93년에 금액으 로 2천만달러,94년에는 2천5백만달러였다.인쇄기술의 확산으로 위조 행위가 미국 바깥으로 국제화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문제라고 한다.
90년 미국 조폐국은 두가지 안보조치를 취했다.「USA100」 또는 「USA50」으로 표시된 가느다란 폴리에스테르 실띠를넣어 전등불에 비출 때만 글띠가 나타나도록 했다.또 확대경이 아니면 읽을 수 없고,정교한 복사기로도 인쇄하지 못하도록 초상화 주위에 마이크로프린팅으로 「USA」를 새겼다.93년부터 1달러권을 제외한 모든 권종에 실시되고 있다.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이번 새 디자인이다.초상화를크게 해 왼쪽으로 약간 이동시키고 오른쪽 여백에 초상화를 「워터마크」로 새겼다.불빛에 비춰야 초상화가 드러난다.컴퓨터 스캐너나 첨단 복사기로도 재생이 어렵다.오른쪽 하단 의 액면금액 숫자는 컬러 이동잉크로 인쇄해 보는 각도에 따라 검은색 또는 녹색으로 바뀌게 하고 기존의 폴리에스테르 실띠와 마이크로프린팅도 위치를 옮겼다.내년부터 1백달러권부터 시작해 연차적으로 모든 권종에 확대해나간다.그때까지 기존 의 달러권은 그대로 통용된다.달러 지폐 한장의 조폐 원가는 3.7센트,디자인 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은 1센트 미만이라고 한다.
앞으로 몇년간은 효과가 기대된다지만 위조지폐와의 「끝없는 전쟁」에서 그야말로 잠깐의 숨돌림에 불과하다.홍콩에서 위조된 달러 지폐가 한국으로 흘러들어와 소동을 빚은 적이 있다.하이테크위조기술에다 폐기과정의 한은권(韓銀券)유출까지 감시해야 하는 우리의 경우 전선(前線)은 두 갈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