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自暴自棄-눈앞 이익에 현혹돼 도리를 망각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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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自暴自棄라면 「될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諦念)으로 알고있지만 본뜻은 그렇지 않다.맹자(孟子)가 일생토록 중시한 것은인의(仁義)였다.양혜왕(梁惠王)이 그를 만나자 대뜸『우리나라에무슨 이익을 주겠느냐』고 묻자 맹자는 볼멘 소리로 말했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저에게는 오직 인의만이 있을 뿐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전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인의를 멀리했다.그는 그것이 무척 안타까웠던 것이다.그래서 말했다.
「自暴하는 자와는 함께 이야기할 수 없고 自棄하는 자와는 일할 수 없다.입만 벌리면 예(禮)와 의(義)를 비방하는데 이것을 自暴라 하고,인의를 실천할 수 없는 자를 自棄라 한다.인(仁)은 집이요,의(義)는 길(道)인데 사람들이 살 집은 버리고마땅히 걸어야 할 정도(正道)는 걷지 않으니 슬프구나!」 곧 自暴는 악행을 일삼는 자,自棄는 선을 행하지 못하는 자이니 한마디로 「못된 놈」과 「덜된 놈」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맹자는 「못된 놈」(自暴)과는 말할 것이 못되며 「덜된 놈」(自棄)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했다.공자도 「뜻을 달리하면 함께 일할 수 없다(道不同,不相爲謀)」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목전의 이익에만 현혹되어 인간의 도리를 망각하는 자가 바로 自暴自棄하는 사람이다.맹자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시사(示唆)하는 바 크다.성인의 말씀은 그래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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