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스니아에 평화 오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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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스니아 내전(內戰)당사자들이 26일 평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원칙에 합의했다.4년간의 전쟁중 몇차례 휴전합의가 무참히 깨지곤 했던 경험이나 모호한 합의내용에 비추어 당장 평화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합의는 아니다.그렇지만 이번에는 보스니아란 나라의 한 울타리를 유지하며,공존하기로 약속했다는데서 일단 해결의 테두리는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합의내용은 지금껏 전쟁을 벌인 회교도와 세르비아계가 공동대통령.공동의회및 사법부를 갖는 중앙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선거를 하되,각기 두개의 정치적 실체로서 영토를 분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즉 한 나라 안에 회교도를 중심으로 한 보 스니아 연방과세르비아계 공화국이 공존하면서 주변국가와 독자적인 관계를 가질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껏 갖가지 구실로 마주앉기를 꺼리던 당사자들이 공존(共存)을 전제로 이런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문제는 그러면서도 이 평화안에 만족하는 것은 당사자들 보다 그들의 회동(會同)을 주선한 미국.러시아등 주변강대국들이라 는 점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안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국내에서 보스니아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難題)가 수두룩 하다.합의한 내용을 실천하는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선거방식이나 선거 일정은 물론,정부 구성방법등이 모두 의논해야 할 문제다.두 민족간의 불신이나 증오에 가까운 감정에 비추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합의를 실천에 옮기는데 기본조건이면서도 핵심이 되는 휴전과 영토분할문제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강대국의 시간표에 쫓겨 마지못해 평화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평화안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다.그동안 개입을 꺼리고 수수방관하던 주변국가들이 적극적으로나선 결과다.군사적 응징 등을 포함한 압박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보스니아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 가 취해야 할 방향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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