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 음악회"의 金壽煥 추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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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KBS의 「열린음악회」에는 일요일 저녁 온나라의 눈과 귀가 쏠린다.「열린」이라는 매김말이 이 프로의 안팎에서 실현되고 있다.시청자쪽에서 보면 텔레비전안에서 출연자와 청중사이가 열려 있다.그래서 자연히 이 프로자체가 시청자에게 열리 게 된다.곡목(고전.유행가)도 출연자도 어떤 명목의 담장으로도 갇히거나 서로 막히는 일이 없다.음악은 사람에게 해방감을 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면 열린음악회는 현대적 미디어기술을 가지고 가장 음악다운 구실을 하게 만든 프로라고 할만 하다.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심캠퍼스에서 진행된 지난 일요일의이 프로에는 이미 보도된대로 TV속의 청중 가운데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의 모습이 보였다.이날 열린음악회는 종교지도자로서 金추기경의 부드러움과 친근감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 에게 보여주었다. 그가『등대지기』를 불렀을 때 TV속의 청중은 거절할 수 없도록 뜨겁게 앙코르를 청했다.한 보통노인으로서의 김수환씨,그에게는 최신 유행가일『애모』를 부름으로써 이 가을저녁 온 나라사람이 바라는 흥취에 선선히 응답했다.
우리는 그의 미사집전 모습이나 민주화를 위한 나라의 장로로서의 모습에는 익숙해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으로서 외부로 「열린」그의 인간(人間)의 표정을 볼 기회는 없었다.
특히 그가 한 사람의 출연자로서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다음 출연자로 「열린음악회의 스타 세실리아 인순이」를 소개했을 때 TV안팎의 모든 사람들은 왈칵 뜨거운 정을 느꼈을 것이다.
인순이,이 대단한 여자가수는 우리 민족의 피와 정서를 활짝 열어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저녁의 감격은 열린음악회가 걸어가는 한국인의 정서개방의길에 金추기경으로 말미암아 세워진 한 이정표(里程標)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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