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교수’ 초빙 대학에 돈 더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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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에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을 교수로 초빙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교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석학 초빙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1인당 연간 최대 5억원을 지원해 준다.

또 대학의 우수 인력(학부)을 키워내기 위한 사업도 성과 위주로 지원이 바뀐다. ‘나눠주기’ 대신 취업률과 장학금 지급률 같은 성과 지표에 따라 지원금을 더 가져가거나 덜 가져가게 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의 ‘대학 경쟁력 강화사업’을 추진한다고 2일 발표했다. 분야는 대학원 중심의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육성(WCU)사업’과 학부를 대상으로 한 ‘우수 인력 양성사업’ 두 가지다.

◇세계적 연구 수준 갖추기=세계 대학 평가에서 1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51위)뿐이다.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의 평가 결과다. 교과부는 대학의 국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명 석학 초빙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학들은 노벨상 수상자나 미국 공학한림원 소속 석학을 비 전임교원으로 초빙해 공동 연구나 수업을 맡길 수 있다. 비용은 정부가 석학 1인당 3억~5억원을 대준다. 특히 연구 능력이 뛰어난 해외 학자를 3년 이상 전임교원으로 채용해 국내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맡길 수도 있다. 해외 교수 한 사람당 5억~8억원을 지원한다. 교과부는 전임교원으로 초빙할 해외 학자의 대표 논문과 연구계획서에 대해 외국에 있는 같은 분야 교수들의 동료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해외 석학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WCU 사업은 이공계에 한정한다. 교과부가 올해 1650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모두 8250억원을 지원한다. 분야는 ▶나노·바이오·정보·인지과학 융합기술(NBIC, Nano-Bio-Info-Cogno)▶신 에너지 기술▶바이오 신약 ▶두뇌과학▶ 금융공학 ▶디지털 스토리텔링(게임·애니메이션 등)이다.

교과부는 학자 초빙은 3개 유형으로 나눴다. ▶새 전공과정을 만들어 해외 학자를 초빙하는 ‘신 전공 분야 개설 과제’▶기존 학과에 해외 학자를 유치하는 ‘개별 초빙 지원 과제’▶세계 수준의 학자를 비 전임교원으로 초빙하는 ‘세계적 석학 초빙 과제’다. 과제당 인건비·연구비·인프라 구축비로 연간 3억~4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수 인력 양성사업=박주호 교과부 학술연구진흥과장은 “정부는 그동안 대학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대학 단위로 재정을 나눠줬다”며 “정부 주도 지원 방식은 대학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재정을 나눠 먹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많아 새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교원 확보율, 학생 충원율 등 성과 지표를 기준으로 우수한 실적을 보인 순서대로 재정을 가져가는 방식(포뮬러 펀딩)이다. 총액은 500억원이다. 대학들은 사업비를 항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다음해 실적이 나빠지면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대학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영재 부산대 기획부처장은 “해외 석학에게 와 달라고 한 뒤 신청했다 떨어지면 대학이 입을 신뢰성의 타격은 어떻게 하나”고 우려했다. 안법영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우수 인력 양성사업의 일부 지표가 모호하긴 하지만 잘만 다듬으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환영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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