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 핵문제 이번엔 돌파구 마련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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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핵문제가 큰 고비를 넘을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방미 중인 한국 국회의원에게 “6자회담이 수주 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북한이 1990년대 초기 때부터의 영변 원자로 가동 기록을 미국에 제공키로 했다는 보도도 뒤따르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플루토늄에 관한 대부분의 쟁점이 해소된다는 의미다. 4개월여 동안 북핵 해결을 가로막은 신고 문제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타결되길 바란다.

최근 일련의 북·미협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미국이 시리아·북한 간 핵 커넥션 전모를 공개해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자신이 포함돼도 미국을 비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이런 사안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던 행태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신이다. 미국도 시리아와의 핵 협력과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신고와 관련, ‘북한의 간접 시인’ 방식에 동의하는 유연성을 보인 바 있다. 북·미 간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 봐도 무방하다.

플루토늄 문제의 타결은 북핵 해결 과정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핵시설의 동결, 불능화에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북·미 양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30kg을 제시하나 미국은 40~50kg 정도는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원자로 가동 기록만 보면 과학적으로 정확한 수치가 나오게 돼있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은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신고해야 한다. 나중에 들통이 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라는 점을 명심하라.

플루토늄 신고 문제가 타결됐다 해서 북한 핵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검증 과정이 남아있다. 북한은 플루토늄 일부를 감춰두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 미국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북핵 진전이라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적당히 때우려 해선 안 된다. 정부도 이 측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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