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터널 "혼잡통행료" 문제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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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시가 남산1,3호 터널이용차량에 대한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를 또 들고 나왔다.이번 정기국회에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가 마련되는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남산1,3호 터널을 통과하는 2인이하 승용차에 1천~2천원씩을 징수하겠다는 것 이다.
이는 독선적 행정,행정편의적 발상의 표본이다.우리도 날로 악화되는 서울의 교통난에 비추어 차량 이용을 억제하는 수단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데는 원칙적으로 의견이 같다.그러나 그런 수단을 동원하려 한다면 그 수단이 교통난을 완화해 주는 분명한효과가 있어야 하며,승용차 이용을 억제당한 시민들을 위한 대체수단이 마련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교통난 완화 효과의 근거도 없고 대체수단도마련하지 않은채 1년간 시범실시하겠다는 것이다.시민이 무슨 실험동물인가.남산1,3호 터널 통과차량에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어처구니 없다.현재 외곽에서 도 심으로 진입하는 통로는 19개다.도심 혼잡의 원인은 19개 통로를 통해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있다.그런데 왜 남산1,3호 터널 통과차량만 혼잡통행료를 내야 하는가.도로 구조상 통행료 징수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식의 발상은 시민 들이 결코 납득하지 못한다. 도심교통난 완화 효과면에서 보더라도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혼잡통행료를받으려면 19개 통로에서 일제히 받아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서울시는 통행료가 1천원이면 5.6%,2천원이면 15% 정도 1,3호터널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통행료에부담을 느낀 차량이 인근 도로로 옮겨가면 그곳의 체증을 가중시켜 서울의 전체 교통난 완화에는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
꼭 도심혼잡료를 징수하려면 도심 진입 19개 통로에서 일제히실시해야 한다.그것도 시민의 불편과 부담이 큰 문제인만큼 반드시 사전에 시민의 의사를 물어보아야 한다.동시에 자가용 이용을포기해도 좋을만한 대중교통체제의 강화,카풀제의 활성화등이 전제돼야 한다.이런 준비도 없이 남산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징수하겠다는 구상은 행정의 횡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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