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룡기업 AT&T 분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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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최대의 통신업체인 AT&T의 기업분할 계획이 세계 정보통신업계에 일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기업 인수합병으로 「덩치키우기」가 성행하는 가운데 일찍이 합병으로 커진 기업이 분할된탓이다. AT&T가 지난 20일 회사를 통신서비스.통신설비제조.컴퓨터등에 특화한 3개의 기업으로 쪼개기로 결정한 것은 적자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컴퓨터사업부문의 실패 때문이다.
AT&T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지난 91년 74억달러의 거액을 투입해 컴퓨터업체인 NCR를 인수,통신산업과 컴퓨터산업의결합을 시도했다.그러나 합병으로 기대했던 시너지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컴퓨터부문은 올 상반기에만 3억3 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하지만 AT&T의 이번 기업분할은 단순히 환부를 도려내는 「후퇴」가 아니라 장래의 「도약」을 위한 야심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주력 사업부문인 통신서비스및 통신설비제조쪽에 전력투구하겠다는것이다. 여기에는 美의회가 올해안에 장거리통신과 지역전화,방송의 상호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통신규제완화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AT&T는 컴퓨터부문의 분리를 준비하면서도 지난해 맥코 셀룰러社를 매수,이 미 무선방식의 지역전화사업에 실질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AT&T의 다음 목표는 지난84년 독점금지법에 걸려 포기했던 유선방식의 지역전화사업에 재진출하는 것이며 여기서더 나아가 케이블TV를 인수하는 등 통신과 방송의 결합까지 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AT&T의 전략을 감지한 경쟁 통신업체들은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현재 AT&T와 경쟁 관계에 있는 英BT와美MCI 연합,프랑스 텔레콤과 美스프린트 연합등은 AT&T의 공격에 맞설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 이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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