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화 폭력으로 한·중관계 금 가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폭력시위 사태에 대해 어제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방중 중인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경찰과 기자가 부상을 입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이다.

우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시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유감을 표한 점에 주목한다. 전날 장위(姜瑜) 대변인은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중국 유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이 본의 아니게 과격해지는 바람에 빚어진 사태였다고 주장해 한국인의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국 학생들이 한국의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상대국의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과나 유감 표명이 따라야 한다. 정의로운 행동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 정의가 아니다. 불법행동일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폭력을 행사한 자국 학생들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한국의 법을 무시한 처사였다. 애국심에 불타는 자국 청년들만 보고, 엉뚱하게 피해를 본 한국인을 외면한 것이다. 티베트 라싸에서 발생한 폭력시위를 비난하면서도 한국에서 자국민이 저지른 폭력행위는 비난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가 “티베트 사태와 달리 이번 사건은 의도 자체가 선량했기 때문에 두 사건을 같은 시각에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한 것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다. 어떤 폭력도 선량할 수 없다. 의도가 좋으면 폭력도 괜찮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이번 사태로 한·중 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뒤늦게나마 유감을 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 또 이를 계기로 중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국제사회의 룰을 존중하는 대국(大國)이 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