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조합형 고급주택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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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장년의 친구들이 모여 건설업체에 고급 빌라를 지어줄 것을 요청한후 집값은 살고있는 집을 팔아 갚는 방식의 半조합형 주택사업이 요즘 인기다.부지선정부터 잔금지급에 이르기까지 동호인주택이나 주문주택과는 또다른 형태로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방식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대기업 중역인 金모(48)씨는 10여년동안 살아온 아파트 생활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 5명과 조용한 지역에 고급빌라를 짓기로 하고 한 건설회사를 찾았다.
직장생활이 바빠 적당한 부지를 물색할 처지도 못되고 해서 주택을 잘 짓기로 소문난 이 회사를 방문,아예 교통이 편리하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곳에 한채당 5억원정도의 70평형대 고급빌라다섯채를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金씨는 선금조로 자신과 친구 5명이 1억원씩을 내고 나머지는 집이 완공된후 현재 살고있는 50평형대 아파트를 처분해 지불키로 합의를 보았다.
건설회사는 이들로부터 받은 선금에다 돈을 더 보태 위치가 좋은 지역의 단독주택 3~4채를 매입,그 자리에 복잡한 사업승인절차나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20가구미만 규모로 빌라를 지었다.물론 金씨 일행에 분양하고 남은 빌라는 건설 회사가 주변연고자나 일반에 팔아 사업비로 충당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헌아파트에서 고급빌라로 이사가는 사례가 늘고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건설회사마다 의뢰건수도 부쩍 늘고 있다.현대건설 서울 강남영업본부에만도 이같은 형태의 사업주문이 현재 10여건 접수돼 있고,삼성건설에도 올들어 3 건이 의뢰돼 있다.이밖에 믿을 만한 유명 건설사엔 이같은 빌라를 지어달라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신동아.고려산업개발.진도산업개발등 일부업체는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한 빌라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획일적인 아파트 생활에 싫증을 느낀 중산층들이 단독주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형 고급빌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이같은 형태의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서울 삼성동 경기고 인근에 대지 1천평에 각기대지 1백~1백30평이 딸린 건평 90평대의 고급주택 10가구를 가구당 9억~10억원에 분양,이미 입주완료했고 삼성동 한국중공업 뒤편 기존 단독주택부지 5백평에 70평형대 16가구를 건설,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부 가구를 현재 분양중이다.
현대는 또 강남 도곡역인근 6백여평에 H사 임원들이 의뢰한 평당 6백만~7백만원의 70~80평형대 빌라 16가구를 건설중이고 인근에 별도의 3개 빌라단지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현재 고객들이 요청한 조건의 사업부지 물색에 들어갔고 진도산업개발은 청담동 한강변 주택단지에 각각 80평형대 15가구(2개동)의 빌라단지 두곳을 추진중이다.
고급빌라 건설부지로는 교통난이 심할때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전철역과 연계된 지역이여야 하고 주변에 상가등 지저분한 업종들이 없는 전형적인 주거지가 인기가 높다.대지규모는 2개동 정도를 세울수 있는 4백~5백평이면 충분하지만 8백 ~1천평규모에3~5동을 지어 하나의 단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다. 평형은 70~80평형대가 가장 이상적이며 평당 분양가는 6백만~8백만원선으로 전체 금액이 4억~6억원이면 수요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들 수요층은 대개 40~50평형대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 이아파트를 처분하고 여윳돈을 조금 보태 살 수 있는 금액이면 적당하다는게 건설업체들의 얘기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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