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득 못할 전국구 증원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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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구의원 증원을 포함해 의원숫자를 늘리자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발상(發想)은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특히 전국구의원을 전체의 3분의1까지 늘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큰 거부감에 부닥칠 것 으로 본다.
우선 현재 2백99명인 의원정수(定數)가 우리나라에 적합하냐의 여부는 둘째치고라도 정치권전체와 의원에 대한 심각한 국민의불신을 생각할 때 정치인 스스로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은 듣기조차 거북하다.의원수가 모자라 오늘날 정치가 이모 양 이꼴이라고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국회를 연중(年中)상시(常時)운영하도록법까지 만들었지만 국회문은 닫혀 있는 날이 더 많고,나라와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큰 일이 벌어져도 의원들이 제때 문제를 토론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 운게 현실 아닌가.도대체 국회와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무슨 큰 일을 한다고 의원숫자를 늘리고,그에 따른 추가부담을 요구하는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지방의회가 들어서 국회업무의 일부를 넘겨야 할 판이다. 더욱이 전국구의원 증원문제는 더 설득력이 없다.직능대표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전국구제도의 취지인데,지금껏 우리 전국구는 각 정당의 감투배분用이었을 뿐이다.특히 야당은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할만큼 거액을 받고 의원직을 주는 정 치자금 조달用으로 주로 이용했을 뿐이다.의정활동면에서도 전국구의원의 실적은 현저히 저조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金총재가 전국구증원과 의원증원을 주장한 것이 혹시 순수한 동기였다 하더라도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金총재가 신당창당과정에서 각계인사를 영입하면서 전국구의석 제공을 조건으로 제시하다보니 현재의 정원으로는 영입이 벽에 부닥친게 아닌가,또는 전국구의석으로 과거처럼 정치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은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의원정수가 우리 실정에 맞는지의 여부는 현정치권의 정략이나 편의주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그것도 총선을 불과 7개월 남겨둔 시기에 정당들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결론낼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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