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치료의 질"안따지는 醫保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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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의사들도 진료하기 싫은 질환이 있는 것 같다.화상은 응급실에서 심심치 않게 문전박대(?)받는 대표적인 질병.생명을 구해도흉터가 남고 끊임없이 솟는 진물,피.고름덩어리에 대한 혐오감이웬만한 인내심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화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상처에 대한 세심한 정성이다.
그러나 현재 한번 처치료로 병원이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수가는팔.얼굴 화상이 본인부담을 포함,8천1백60원이다.면적이 넓은다리.등.배의 경우도 1만9백60원에 불과하다 .대량으로 소모되는 붕대.거즈등 재료대,적출물 처리비,인건비를 계산하면 터무니 없다는 것이 병원측의 주장이다.
수지(手指)접합은 손가락의 1㎜내외 혈관,신경,힘줄을 붙여야하는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세혈관수술의 꽃으로불린다.그러나 손가락 하나에 꼬박 몇시간씩 현미경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지루함으로 오래전부터 의사들이 기피 하는 3D 분야에 속한다.
손가락 하나를 붙여 의사가 받는 돈(보험수가)은 정확하게 52만8천9백30원.10만원정도의 마취과의사 출장비,손가락 하나에 2~3개 들어가는 개당 6만원짜리 봉합사,인건비,기타 재료대가 모두 이 돈에서 지불된다.
문제는 손가락 끝마디의 경우 힘줄이 없다고 해 이 절반 값만지불된다는 사실이다.기본경비에도 못미치는 26만여원으로 성의있는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더욱 재미난(?)것은 손가락을 3개 접합했을 때는 2개값만,5개의 경우에는 3개 값만 지불되는현행 급여기준이다.
「사는데 지장이 없는 손가락 한 두개」보다는 보험재정이 우선되는 웃지못할 현실이다.
저성장어린이를 많이 대하는 K교수는 성장호르몬제의 보험등재를위해 6개월간 보건복지부와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월 1백여만원이나 들어가는 약값이 없어 평생 난쟁이의 설움을 안고 사는 딱한 사정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키가 작은 것은 질병이 아니다』는 非복지적(?) 결론만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부모에 의한 유전적인 작은 키는 어쩔수 없더라도 치료가 되는 성장호르몬 결핍 아동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것이 K교수의 설명이 다.
지난해말 현재 보험재정은 4조원정도 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재정이 넉넉하다고 낭비할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음지의 의료를 발전시키고 「치료의 질」을 통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험정책을 펴야할 때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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