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관계 다시 악화-中,클린턴.달라이 라마 회담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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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北京.워싱턴=文日鉉.金容日특파원]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이자 망명정부 지도자달라이 라마를 접견함으로써 최근 회복기미를 보이던 中-美 관계가 또 한차례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관계기사 7面〉 리자오싱(李肇星)중국 외교부 副부장은 14일 낮 베이징(北京)주재 스콧 홀포드 美대사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클린턴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李부부장은『티베트가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달라이 라마의망명정부를 승인치 않는다는 원칙을 발표했던 클린턴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것은 이같은 원칙을 완전 위배하는 것』이라고항의했다.
李부부장은 특히『이번 접견은 티베트를 독립시켜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위법적 활동에 대한 지지이자 종용』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중국의 한 고위 소식통은『미국이 대만문제와 함께 중국정부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간주하는 티베트 문제를 건드린것은 미국의 對中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사건 후유증은 지난 6월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 방미에 못지 않게 심각할 것』이라면서『당초 이달중으로 예정됐던 리다오위(李道豫)駐美중국대사의 미국 귀임도 빨라야다음달 하순으로 늦춰지고 다음달말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도 그개최가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달라이 라마는 13일 오후 백악관에서 클린턴대통령.앨 고어 부통령과 회담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클린턴 대통령이 고어 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40분간 회담하는 자리에 5분간 동석해 티베트 종교와 문화보존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며『고어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가 아니라 종교지도자 로서 만났다』고 밝혔다.
백악관 성명은 또『미국은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측이 이견(異見)해소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갖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식 사진촬영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으며 회담 의제도 국제적.도덕적 문제에 한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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