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연구회刊"한국역사입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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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국역사연구회(회장 金仁杰.서울대교수)가 엮어 낸 『한국역사입문』(풀빛刊.전 3권예정)이 여러모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원시.고대및 중세를 다룬 1,2권만 우선 선보인 이 책은 저술의주축이 된 역사연구회 회원과 중진학자등 90여명 이 필진으로 참여했고 한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처음으로 통사적 서술체계를 갖추어 정리한 점등이 기존의 한국사 입문서와 차별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金교수는 『기존의 한국사 개설서들은 대체로 학계의 연구성과를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쳤다』면서『이번 책들은 학설의 배경과 입장을 간략하게라도 설명해 한국사연구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는 「지도」구실을 하도록 했다 』고 기획의도를 밝혔다.이를테면 교양과 학술의 경계에 선 연구입문서를시도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예컨대 韓日관계사의 주요 논란거리중 하나인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관련부분은 일본측 주장의 배경과 그 내용을소개한 뒤 북한학계를 시발로 한 한국학계의 반론과정과 그 내용을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책의 성격은 이를 기획한 한국역사연구회의 그것과 맥을 같이 한다.
『80년대 학술운동의 하나로 민중의식에 입각한 민족사관의 입장에서 한국사를 파악하자는데 뜻을 같이 하는 3세대 연구자들이지난 88년 모여 연구회를 결성했지요.』 金교수의 설명이다.
그간 『한국사강의』『한국역사』등 공동연구 결실을 출간해 온 이들이 한국사 연구의 어제와 오늘,그리고 내일을 조망하고 남한학계 중심의 절름발이 인식을 극복해 통일사학의 토대를 닦을 입문서를 계획한 것이 지난 92년.
金교수는 『기획위 구성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개인작업과 공동작업의 합작이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일관성을 갖춘 이 책은 현대사학사와 시대구분론을담은 총론과 원시.고대.중세.근대.현대의 다섯시기로 한국사를 나눠 편.부.항목의 체제를 취했는데 항목마다 개관.연구동향.과제와 전망을 서술하는 독특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
金교수는 『80년대이후 급성장한 사회경제사및 근.현대사관련 연구성과를 집대성했는가 하면 소주제마다 연구상의 전체적 문제점과 과제를 제기한 점이 이책의 특장』이라고 자부하며 『그간 연구자 개인에 의해 산발적으로 소개되던 북한학계의 동향을 주요 쟁점마다 정리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金교수는 『입문서란 성격상 서술내용이 추상화되어 일반독자들이 이 책만으로는 한국사 전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라며 『연구회의 역량이 모자라 문화사나 생활사가 소홀히 다뤄진 것도 아쉽다』고 자평한다.
그렇다 해도 근.현대를 다룬 제3권이 오는 10월께 완간되면한국사연구에 뜻을 둔 이들에겐 좋은 나침반이 되리란 평가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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