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인플레로 재미본 브라질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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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7월 시작된 브라질의 강력한 인플레 억제정책(RealPlan)은 나름대로 실효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금융계에는 찬바람을 몰고 왔다.高인플레 시절 호황을 만끽했던 은행업계는 물가가 급격히 안정되면서 수익악화와 합병 등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매달 50%씩 뛰어 오르던 높은 인플레율은 1년여만에 2% 수준으로 안정됐다.그러나 인플레 때문에 오히려 엄청난 수익을 거져 챙겼던 상업은행들은 이제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수신(受信)에 대한 실질이자율이 바닥세여서 은행들은 막대한 예금을 유치한 뒤 예금주들에게 이자를 거의 돌려 주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은행들은 이 예금을 정부의 부채상환계정에 투자했다.인플레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일수(日收)2%에 달하는 초고율(超高率)의 이자를 정부로부터 받았다.몇몇 대형은행의 경우 이 수입이 은행 총수입의 40%에 달하기도 했다. 은행업계는 화폐개혁을 포함하는 혁명적 「리얼 플랜」이 개시된 뒤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인플레가 잡힐 것을 예상해 임직원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등 나름대로 경영합리화를 추진해 인플레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경영수지가 현 상을 유지했었다.문제는 정부의 금리인상등 금융규제였다.경기과열을 우려한 중앙은행이 올들어 금리와 상업은행 지준율을 높이는등 일련의금융긴축 정책을 쓰는 바람에 은행들의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은셈이 됐다.
그 결과 올들어 10여개 은행이 문을 닫거나 정부관리 아래 들어갔다.상파울루에 있는 국내랭킹 4,5위인 나시오날과 우니은행 사이에는 현재 합병상담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두 은행이 합치면 자산 2백50억달러의 이 나라 최대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역시 상파울루 소재 3위 은행인 바메린두스도 최근 홍콩상하이은행에 주식 6%를 6천5백만달러에 매각했다.
특히 브라질 8위 은행이자 남미(南美)최고(最古)의 연륜을 자랑하는 에코노미코은행이 최근 파산한 일은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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