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朝.러 우호조약폐기"의미와 파장-한반도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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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가 북한에 상호우호원조조약 폐기를 통보함으로써 한반도 안보정세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이번 일은 북한과 러시아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도 변화시킬 전망이다.또 한반도의 군사 적 균형에도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런 가능성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편집자註]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동맹 체제의 와해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일은 냉전종식의 조류가 한반도에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물론 舊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의몰락과 함께 한반도에도 냉전의 기류가 약화돼온 것이 사실이다.
남한과 중국.러시아의 접근,최근 북한과 미국.일 본의 관계개선조짐이 그 구체적인 사례다.
그러나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적 대립이 팽배한 긴장지역이다.특히 남북한간 군사적 대립은 韓-美-日과 北-中-러가 각각 맺고있는 군사적 동맹체제를 매개로 국제적인 군사대립의 형태를 이뤄왔다.北-러간 군사동맹의 와해는 이같은 국제적 군사대립의 틀이붕괴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 사건이 지니는 파장은 여러갈래다.
우선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국제적 군사대립의 와해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남한은 중국.러시아와,북한은 미국.일본과 접근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은 중국과,남한은 미국과의 안보적 결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다.
남북한 모두 두가지 상충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는여건인 것이다.
북한의 경우 美.日과 군사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상태다.그러나 남한의 경우 아직은 매우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러시아 및 중국과 안보협력체제 내지 군사적협력체제 구축 노력을 시작한지 오래다.
이같은 움직임은 궁극적으론 냉전시대에 확립된 한반도,나아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보구도를 변화시켜나갈 전망이다.
둘째,그같은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美-日-中-러와 남북한간의 관계를 과거보다 현저히 실리추구적으로 만들어나갈 가능성이 크다.예컨대 경제적인 이익추구를 중심으로 관계가 재편돼 나갈 것으로 볼 수 있다.이는 장기적으로 남북한간 경제협력 도 촉진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로 작용하는긍정적 측면이 있다. 한편 北-러간 군사동맹 체제의 약화는 단기적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불안정해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지닌다.유사시 자동적인군사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군사동맹체제는 북한에 대해 일정한 억지력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역설적이지만 북한이 대남도발을 하려고 마음을 먹더라도 이를 실행하려면 군사동맹을 맺은 러시아나 중국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북한이 현실적으로 대규모의 대남도발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안보에 관한 대비는 한치의 허점도있어서는 안되므로 북한의 독자적인 도발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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