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경기도광주상림리 이종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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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왔던 길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경기도광주군도척면상림리에 「느티나무 그집(0347624885)」이라는 음식점을 열고 정착한 이종명(李鍾明.45)씨는 길을가는 버릇이 독특하다.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두고 굳이 먼길을 돌아 다닌다.
『사람이 평생 돌아다녀봐야 얼마나 가보겠어요.한번 움직일 때마다 되도록 많이 보고 돌아다녀야지요.』 그래서 왔던 길은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곤지암까지 순환형으로 도로가 나 있는 이곳 상림리는 그런 그에게 안성맞춤인 동네다.언제나 다른 길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은행원생활 13년을 청산하고 80년대초 퇴직한 李씨는 사업해 번돈으로 10년전인 85년초 이곳에 7백44평의 땅을 3천만원(평당 4만원)에 사두었다.물론 이곳을 발견하게 된 것도 돌아다니길 좋아한 덕분이었다.곤지암에서 도척면에 왔다가 왔던 길로 가지않고 도웅리로 돌아가다 이 마 을을 알게 된 것이다.
은행 재직당시 그는 부실채권의 담보부동산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었다.그래서 현장답사를 하러 많이 돌아다니게 되었고 그때부터전원생활의 꿈을 키워 왔다.그러나 땅을 사놓고도 약 8년간을 놀리다가 93년초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지어야 할 사정이 생겼다. 친구와 함께 목조주택사업을 하기로 하고 그의 땅에 건축허가를 어렵게 받아 놓았는데 자재를 들여오기로 한 친구가 그 자재를 다른데 팔아버린 것이다.6개월내에 집을 짓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취소되고,다시 건축허가를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어려울 때라 진퇴양난이었다.
할수없이 건축을 시작하긴 했는데 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기초공사를 하고 나니 가진 돈이 모두 바닥났다.은행융자를 5천만원 받아 골조를 올리기는 했으나 인테리어 비용이 없어 다시 차일피일.서울 개포동에 아파트가 있었지만 그때 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남매의 고등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처분할 수가 없었다.이리저리 돈을 끌어대 조금 생기면 문짝을 달고,또 조금생기면 창문을 달고 하다보니 올해초에 와서야 집이 완성됐다.거의 1년6개월이 걸렸다.남매를 할머 니에게 맡겨 두고 李씨부부만 이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집들이차 온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정집으로 쓰기에는아깝다며 음식점을 열라고 권했다.4백년생 느티나무 6그루가 에워싸고 있는 풍경도 좋고 건평 55평의 널찍한 공간이 음식점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지난 5월5일 청둥오리 요리를 전문으로 한 음식점을 열었다.그동안 땅값이 10배나 올랐지만 어차피 그가 평생 깔고 앉아 살 생각이므로 관심도 없다.음식장사로 나섰으면 음식을 잘 만들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래 활쏘기를 즐겨했던 그는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활쏘기회원을 모집,옛날 로빈후드가 사용했던 수렵용 활쏘기를 보급하는 것이 꿈이다.여건이 되면 엽총이 아닌 활을 사용하는 야생 수렵장도 만들 계획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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