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기류속 화합論 부상-청와대 원칙론에 자민 정국부담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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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성(高聲)을 지를때 목소리가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음직 하다.작금의 여권이 그 모습이다.
여권은 사정(司正)문제를 놓고 고성을 지르고 있다.그러자 갑자기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다.의도하지 않은 다른 목소리다.이른바 화합론의 등장이다.아직은 약세다.그러나 조금씩 세를 불려나가는 형국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이다.그러자 강경론도 목소리를점점 높이고 있다.물론 역할분담을 하고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그러나 그런것 같지는 않다.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그렇다면 이견조짐이다.아직 갈등의 양상은 아니다.
화합론은 민자당에서 나왔다.사정정국이 시작될때만 해도 화합론은 어림도 없었다.별다른 정보도 없었다.그러나 사정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야당을 상대해야되는 쪽이기 때문이다.1주일뒤면 정기국회가 열린다.야당은 이미 정기국회에서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국민회의는 민주계 某의원의 비리설을 퍼뜨리기 시작했다.경고의의미로 보인다.
모종의 사태가 벌어지면 어차피 민자당이 해결사로 나서야한다.
민자당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화합론의 대표는 김윤환(金潤煥)대표다.그는 2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정치권비리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정국에 부담을 준다는 요지였다.그는 청와대 주례보고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다만 보다 완곡하게 표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金대표는 4일 지구당위원장 회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그는『지금 일부 야당의원의 개인 비리로 정국이 흔들리고 있다』며『이같은 상황은 가급적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우려가깔린 발언이다.
사실 화합론자의 진짜 속마음은 다른데 있다.당장의 사정정국을두고 화합론을 개진하는게 아니다.
진짜는 사정은 되도록이면 그만하자는 뜻이다.그러나 내놓고 그얘기는 못한다.개혁의 후퇴니 하는 소리들이 나올까봐서다.그들 논리는 이렇다.사정이 야당만을 겨냥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점을중시한다.여권 인사에 대한 비리제보가 없을리 없다.제보가 있으면 수사를 할 것이고 그것은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여권 결속에도 지장을 받는다는 논리다.원점회귀란 것이다.개혁은 생활개혁에 치중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응은 좀 다르다.일면 민자당의 의견을 수용한것 같기도 하다.야당탄압은 아니라는 것이 그 대목이다.그러나부정부패 척결을 성역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선거사범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4일 국무위원 조찬에서 그렇게 말했다.사정의 강도가한층 강화된 느낌이다.하루가 다르다.결국 민자당과는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 같다.어쩌면 민자당의 다른 소리에 대한 반작용일수도 있다.대통령 주변 사람일수록 더 강경조다 .
어떤 형태로든 여권의 입장정리가 불가피하다.그렇지않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선만 가중될수 있다.그것은 다시 여권의 부담으로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그런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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