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아이템] 보석을 질투한 플라스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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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 좋아하시죠? 왜 좋아하세요? 제가 보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때마다 갈아끼워줘야 하는 건전지도 필요없이 한없이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석의 그 반짝임을 소유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죠. 비싼 값을 치러야만 멋진 커팅에 아름다운 세팅을 한 보석을 몸에 두를 수 있다는 처절한 자본주의적 조건요. 그런데 ‘값’을 치른다는 점에서 가장 비싼, 아니 가장 소중한 것은 기억과 추억인 것 같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을 만큼 비싸고,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으니까요. 집에 불이 나면 다른 것은 제쳐두고 사진앨범부터 들고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죠. 수학여행이나 소풍으로 찾은 관광명소에서 팔던 플라스틱 반지가 생각납니다. 여러 가지 색깔 중에 하나를 고르면 아주 작은 드릴로 음각하고 그 위에 색연필로 문질러 원하는 글귀를 새겨주던 플라스틱 반지. 지금은 그 반지들 중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지만 요즘 같은 봄날에 여기저기서 소풍 가는 모습을 보면 그때 그 플라스틱 반지들이 생각납니다.

이런 생각을 저만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플라스틱 소재의 액세서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태생의 제품 디자이너 알리시아 멜카 테이흐루도 마치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의 측면을 보는 것 같은 플라스틱 반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들을 레이저 커팅 기법을 통해 자유자재로 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이 다른 소재에 비해 다양한 색상을 연출할 수 있고 가벼운 것은 훌륭한 장점이죠. 최근 유행하는 알록달록 화려한 컬러 의상이나 구두, 가방에 플라스틱 액세서리를 매치해 보세요. 그리고 주말에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하상백(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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