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趙淳市政에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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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순(趙淳)서울시장의 지난 두달간은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않았다.아니,어떤 면에서는 기대이상이었다고도 하겠다.그의 시정(市政)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다준 것은 아직 없으나 趙시장이 제시한 새로운 시정(市政)방향과 틀은 시 민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와 기대감을 형성해주고 있다.
신중한 정치적 처신도 그에 대한 신뢰감을 더해주었다.그가 정치적 기류에 휩쓸려 가벼운 처신을 했더라면 한 정당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행정에 있어서도 그는 시청청사건립의 보류,공공요금의 인상등을통해 인기에 구애받지 않는 소신과 결단력을 보여주었다.계속적인지하철출근도 그의 합리적 사고와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성실한 자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조순시정의 앞날이 지난 두달처럼 순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우리가 보기에 趙시장에게는 내외적(內外的) 큰 과제가 지워져 있다.우선 외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서울시와 인접 타 시.도의 공조체제를 어떻게 이룩하며,잇따른 정치일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숙제다.
또 내부적으로는 분권화된 서울시의 행정을 어떻게 조화.통합하며,부정부패와 복지부동의 요소가 적지 않은 관료조직을 시민위주의 새 틀로 바꾸느냐가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이는 물론 趙시장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나 趙시장이 이들 문제해결에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 하는 것은 행정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지닐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개발보다는 안전과 유지관리,환경보전및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趙시장의 시정방향을 적절하다고 평가한다.또 대중교통위주의 교통정책이나 「생활문화가 꽃피고」「이웃을 생각하는」도시로가꾸겠다는 구상에도 공감한다.
서울이 행정적으로는 한 도시지만 중요한 것이 대부분 집중돼 있는 한국의 심장이다.따라서 서울시정은 모든 자치단체들의 행정모델이 될 것이며,더 나아가선 국가행정의 틀과 분위기를 바꾸는데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3년이 길지 않 은 기간이지만 趙시장이 현재의 인기와 신뢰를 바탕으로 그에 도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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