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오셀로-카메라로 셰익스피어 의중 정확히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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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영화를 조금만 관심있게 보는 분들이라면 영화사의 걸작으로 첫손 꼽히는『시민 케인』이나 26세에 이 작품을 만든 오슨 웰스의 천재성에 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어보았을 것이다.그러나 그 어마어마한 걸작이라는『시민 케인』을 보고 왜 걸작인지 모르겠다며 실망하는 사람들을 더러 보게 된다.필자 역시 비슷한심정으로,기대치가 너무 크고 주제와 영화 형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는데 그가 만든『오셀로』(중앙비디오테크 출시)를 보고는 『아,이래서 천재라는거구나』하고 감탄하게 됐다.셰익스피어 원작의『오셀로』는 웰스의52년 작품 외에도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65년 작품과 프란코 제피렐리의 오페라 영화(세경)가 유명하다.『오셀로』가 중요한 극진행 요소가 되는 조지 큐커의『이중 인생』까지 포함해보면새삼 셰익스피어 원작의 위대함을 생각해보게 된다.
네 작품중 읽는 희곡을 눈으로 보고 듣는 영화 장르로 가장 잘 영상화시킨 것은 역시 웰스의 작품이다.
치밀한 전개가 돋보이는 관계로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카메라 움직임을 쫓기가 벅차다.현란하다는 표현이 적합할정도인데 기교를 위한 기교는 단 한컷도 없다.카메라의 움직임이등장 인물 마음의 파문을 그대로 전해준다.
현대의 피아니스트가 나름대로 고전 음악을 해석하듯 오슨 웰스는 카메라로 셰익스피어를 해석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의중을정확히 짚어낸데 대해 아마 셰익스피어도 크게 만족했으리라.
〈비디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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