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로 변한 김형욱씨 집-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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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중구신당2동432의1584호.자물쇠로 굳게 잠긴 녹슨 철문,군데군데 무너진 콘크리트 블록담장 위로 무성하게 자라는 호박넝쿨,제모습을 잃고 있는 향나무.버드나무등 정원수.마치 영화속에 나오는 유령의 집을 연상시킨다.
79년 10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돼 아직 생사여부가 가려지지 않고있는 前중앙정보부장 김형욱(金炯旭)씨가 살던 집이다.대지가 5백36평으로 땅값만 시가 40억원을 호가한다.
부근의 깔끔하게 단장된 집들과 달리 17년동안 주인을 잃은 이 집은 그나마 3년전부터 아예 사람이 살지않아 주인 金씨와 운명을 같이 하듯 흉가(凶家)로 변해버린 것이다.인근주민들은『밤에는 부녀자들이 접근을 꺼릴 정도로 으스스하다』 고 말하면서도 정작 이 집이 金씨의 집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金씨의 부인 신영순(申英順.64.미국거주)씨 명의로 돼있던 이 집은 金씨가 82년 제정된 「반국가 행위자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징역.자격정지 7년과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은 뒤국세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申씨등 金씨 가족들은 91년 국가를 상대로 이 집을 포함한 金씨의 재산반환청구소송을 냈다.그 결과 지난 5월에는 법원이 「반국가…」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정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키로 하는등 『친정 부모로부터 상속받 은 집』이라고 주장하는 申씨등 金씨 가족들에게 다시 집을 찾을 수 있다는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李炯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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