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부정 수사 배경.전망.파장-與위원장 구속이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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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에는 정국운영과 관련해 두가지 기류가 있다.집권후반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하는 문제다.
하나는 대화합의 기류다.여권이 결속해 난국을 타파해야 한다는주장이다.
그렇지 않고는 총선도 어렵다는 것이다.정권 재창출도 어렵다는얘기를 한다.
또하나의 기류는 지속적인 개혁이다.이럴 때일수록 개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주로 사정(司正)이었다.
그같은 기류들은 지방선거 직전에 생성됐다.민자당의 패배가 예상되면서부터다.화합론자들은 선거이후의 대사면을 예고했다.
박철언(朴哲彦)씨등이 사면될 것이라고들 말했다.그같은 예상이그대로 실현됐다.
예상치 못했던 재계와의 화해도 있었다.다른 후속조치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개혁론자들은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했다.첫번째로 선거사범구속사태를 예상했다.
재선거가 있을 것이라고들 말했다.다른분야에 대한 사정도 있을것처럼 얘기했다.그러나 선거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아무런 조짐이없었다. 그러다가 28일 민자당 지구당위원장이 구속됐다.성북갑지구당위원장 송철원(宋哲元)씨가 그다.
시의원 지망생으로부터 1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그의 구속은 예사롭지가 않다.우선 그는 민주계 실세들과 남다른 관계다.그가 첫번째로 구속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없다고할 수 없다.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인 것같다.다음차례로 가는 수순이다.
관심은 다음이 누구냐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소.고발을 당해있는 상태다.
당선자중에도 조사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유야무야 넘길 수 없는 일들이다.
선거사범은 선거후 6개월안에 처리해야 된다.상황은 개혁론자들의 선거전 예측 그대로다.다만 힘을 추스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야당의원 2명에 대한 수뢰혐의 조사도 진행중이다.서해유통사건이 그것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얼핏보면 사정태풍이다.정치권을 향하고 있다.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
결국 화합과 개혁의 줄기는 동시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그것인 것같다.다만 어느 것도 명시하지 않는다.예상됐던 대화합선언은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화합이었다.사정문제도 마찬가지인 것같다.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야당의 모습이 이채롭다.화합조치로 많은 인사들이 사면됐다.그들중 상당수가 反민자노선을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내에서 그들로 인한 갈등요인이 생겨난다.민자당으로선 반대급부가 있다.
사정문제도 마찬가지다.당장 야당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宋위원장 사건을 두고 야당은 연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민자당의 공천장사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야당탄압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지레 겁먹은 모습이다.선거이후 그렇게 위축된 모습은 처음이다.그런 가운데 민자당은 입을 아예 다물고 있다.
당장은 민자당도 큰 피해를 보았다.그러나 길게 보면 그게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런가하면 수뢰의원 수사에 대해서는 야당끼리 입장이 판이하다.야당끼리 치고 박고 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은근히 다른 야당의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국민회의측은 「야당음해」라고 거칠게 저항하고 있다.그러면서도 자기당소속 의원이 아니라는 얘기는 못하고 있다.
창당대회를 눈앞에 둔 국민회의다.
국민회의는 은근히 전직대통령 비자금 얘기를 다시 꺼내고 있다. 결국 향후 정국도 이런 차원에서 운영될 것같다.화합과 개혁기조가 동시에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아마 개각인선도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나 싶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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