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방송사 갈수록 꼬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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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18일 당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허, 참'을 연발했다. 전날 전국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언론인권센터.한국방송PD연합회 등 5개 언론단체가 야당의 방송사 항의방문과 관련, 趙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서다.

趙대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편파보도를 시정해 달라는 걸 언론자유 침해라고 몰아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과 방송과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방송보도에 야당이 "일방적인 편파보도"라며 연일 '방송사 때리기'에 집중하고, 언론단체들이 "야당이 방송사의 편성권과 독립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맞대응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趙대표는 이날 KBS 수신료 문제까지 들먹였다. 일주일 전 한나라당과 함께 탄핵안을 밀어붙일 때에도 "KBS 수신료 폐지는 절대불가"라고 외쳤던 그였다. 趙대표는 "KBS가 정권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굳이 수신료를 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야당이 오히려 시청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지난 14일 탄핵 정국 관련 토론 프로가 시작하기 20분 전 갑자기 불참을 통보한 뒤 가버렸고, 최병렬 대표는 17일 밤 토론 프로에 참석하기로 해놓고는 방송 몇 시간 전 돌연 불참키로 한 사례를 들었다. MBC노조는 "이 같은 토론 거부는 야당의 편파시비가 실제는 방송사의 침묵을 강요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갈등의 불똥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까지 튈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23일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후보 간 TV토론을 요청했으나 방송사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 측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도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MBC 측도 "잇따른 펑크로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다. 왜 해줘야 하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박신홍.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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