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모친 안금향씨 “아들에게 전화도 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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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는 프로축구 ‘테리우스’ 안정환(32·부산 아이파크)의어머니 안금향(52)씨가 힘겹게 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003년 12월 중순 원주로 내려온 안씨가 빚에 허덕인 나머지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친구집에 얹혀 살고 있다. 아들과도 인연이 끊긴 후 노숙자 같은 삶을 살며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힘들다. 이를 딱하게 여긴 원주 한 식당이 안씨에게 끼니를 제공하고 있다.’

소문 확인을 위해 일간스포츠(IS) 취재진이 안씨가 가끔 들른다는 그 식당을 찾았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대부분 빠져 나갔을 무렵인 오후 1시께 한 중년 여성이 식당에 들어왔다. 얼굴은 여위고 병색이 완연했다. 손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안씨는 2003년 12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로 내려왔다. 안씨는 이곳에서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제 2인생을 살 각오로 닥치는 대로 허드렛 일을 했다. 그러나 대중 스타의 엄마가 허드렛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정환 엄마'라는 소문이 금새 났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일부 사람들은 "자식이 유명한 축구 선수인데 뭐가 아쉬워 일을 하느냐"며 캐묻기도 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안씨는 안정환 이미지에 손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집에서 놀면 뭐하느냐, 심심해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둘러대곤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어 그만 둘 수밖에 없다.
 
한창 손주 재롱을 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할 안씨가 원주에서 이런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지난 시절 과오 탓이다. 안씨는 2002년 10월 여신금융법 위반 협의로 구속됐다. 스타 아들을 둔 안씨가 대중으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을 수도 있었지만 놀음 빚에 허덕이며 여신금융법위반으로 구속되자 아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후 안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아들에게 속죄한다는 심정으로 비구니가 될 결심을 했었다.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안씨는 2003년 12월 초 채권단과의 합의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로 돌아왔다. 이 사찰에서 태고종 총무원장인 운산스님으로부터 비구니계를 받고 법명 '보덕화'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데 속세를 떠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안정환의 반대가 워낙 심했다. 안씨는 자식에게 또다시 대못을 박으면 안된다는 생각끝에 비구니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후 안씨는 대중속에서 사라졌다.
 
원주에 정착한 안씨는 아들에게 짐이 될까봐 만남은 커녕 전화 통화 한번 하지 않았다. 수감 생활과 함께 허드렛 일을 하면서 생긴 고질병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다.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로 허리디스크가 심했다. 게다가 관절 통증으로 비가 오는 날엔 한쪽 다리를 절기도 한다. 안씨는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일도 할 수가 없다. 나의 업보다"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몸이 불편해도 안씨가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 원주의 한 조그만 암자다. 안씨는 그 암자에 안정환 이름을 올려 놓았다. 그는 암자에 갈 때마다 엄마의 도리를 못한 것에 대해 부처님께 속죄한다. 또한 아들과 손녀 딸의 무사안일을 빌고 있다.
 
IS와의 전화통화를 안정환은 "안타깝다. 엄마가 너무나 많은 죄를 지었다. 더 이상 엄마 뒤치닥거리 하기도 지쳤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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