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舊蘇 우호조약 어찌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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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과 舊소련 사이에 체결된 朝.소 우호협력및 상호원조 조약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 조약이 자동군사개입등 비현실적 조항을 담고 있는데다 조약당사자가 만기일(내년 9월 10일)로부터 1년 이전인 다음달 10일까지 이 조약 을 연장할 의사가 있다고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모스크바 외교소식통들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러시아가 최대한 시간을 끌다 막판에 가서 입장을 최종 공표할 것이며,북한보다 앞서한국에 알려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 조약이 당연히 폐기돼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돼있지만,현지관심은 어떤 형태로 조약의 운명이 결정될것인가에 몰리고 있다.거론돼 왔던 방안은 폐지.수정.새조약 체결.연장등 4가지 안이다.그러나 조약폐지나 자동 연장조치는 없을 것이 확실시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韓美방위조약」과 「北.中우호협력및 상호원조조약」이 있는한 러시아 영향력의 일방철수를 의미하는 조약폐기는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과 냉각됐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있다.달라진 환경 때문에 이 조약의 자동연장에 대해서도 관심권밖이다. 관심은 새조약 체결이냐 조약의 수정연장이냐로 몰려 있다.모스크바 소식통들은 새 조약 체결쪽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조약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은 관심이 집중돼 있는 자동 군사개입조항이나 조약의 주체,사회주의국가끼리의 협력부문등이다.
문제는 변화를 어떤 형식으로 수용하느냐다.법리상 조약에 수정을 가하기 위해서는 「조항의 효력을 새롭게 규정하는」 또다른 형태의 약식조약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現조약은 북한안보의 골간을 마련한 것이며,김일성(金日成)의 업적으로 간주돼 왔다.따라서 과거보다 약한 조약이 체결된다면 김정일(金正日)에게 좋을 것이 없다.
그러나 러시아정부는 시대변화를 감안,새 조약으로 양국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때문에 일부 수정을 거쳐 새조약이체결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양측은 이런 방향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주목되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 내용의 변화에는 러시아가베트남.캄보디아등 舊소련 우호국가와 체결했던 새 조약과 韓.러기본조약이 참고가 될 것이다.
베트남등과 체결했던 신조약에는 「분쟁이 일어날 경우 상호접촉,해결한다」로 돼있다.
따라서 자동개입은 삭제하고 일정한 조건 아래 개입할 수 있는여지를 남겨놓는 형식을 채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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