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재 퇴임 韓銀 재경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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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명호(金明浩)한은총재가 19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발표하자 한은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파문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며,재정경제원도 「적절한 수준」의 내부 문책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사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金총재는 사퇴 발표후 청와대의 한이헌(韓利憲)경제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통고.
金총재는 이날 오후 인편으로 한은 총재 제청권자인 재정경제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金총재는 18일 오후 말레이시아에서 급거 귀국한 뒤 청와대로 韓수석을 찾아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金총재는 기자회견 후 잠시 임원들과 얘기를 나눈 뒤 바로 압구정동 자택으로 직행.그는 이 자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아쉬움과 과거를 회상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특히 올해 재정경제원과 한은 독립을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한은 안팎에서 『미지근하다』는 평가를 받았던게 마음에 걸리는 듯『한은법의 진통이란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말해 그동안 남모르게 애태웠던 심정을 토로.
…金총재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한은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속에서도 이번 사건이 「한은 독립」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
한은 노조는 이와 관련,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단 1원의 화폐 유출이 있어서는 안될 중앙은행에서 이같은 사고가 난 것에대해 국민에게 사죄한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이번 사고를 기회로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강화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
…재경원은 金총재의 사임으로 재경원도 적절한 수준의 내부문책이 불가피해졌다고 인정하면서도 한은이 지폐유출 사건을 처음부터의도적으로 가볍게 다루려 했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한은의 사건처리를 보면 굉장히 가볍게 취급하려고 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은 전화나문서로 긴급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다른 서류와 섞어 일반보고를 했으니 눈에 띄지 않은 것』이라고 변명.
…금융계는 『말단 직원의 단순 사고로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동정론과 『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은에서 현금 유출사고가 난데다 한은이 이를 1년4개월이나 숨겨온것은 문제가 있다』며 金총재 사퇴를 수긍하는 「 당연론」이 엇갈린 분위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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