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그린보다 풋풋한’ 후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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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최경주가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12번 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골프장 오션코스(파72, 7275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

경기에 앞서 퍼팅 감각을 가다듬던 최경주(나이키골프)는 같은 조에 편성된 김경태(신한은행)의 등을 두드리면서 “요즘 마음고생이 심하지. 내가 보기엔 괜찮으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또 다른 동반자 홍순상(SK텔레콤)에게는 “부상은 다 나았느냐”면서 큰형처럼 안부를 물었다.

“후배들의 실력이 늘어 우승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한국 골프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을 챙기는 최경주의 자상한 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최경주는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국에 있다”고 말하곤 한다. 피와 땀과 눈물로 정상에 오른 그가 후배들을 챙기는 것은 그가 한국인임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매주 이동하는 투어 생활에서도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검색하면서 한국의 골프 소식을 접한다. 김경태의 부진과 홍순상의 손목 부상 등 젊은 선수들의 소식을 훤히 꿰고 있었다.

특히 김경태의 부진에 책임을 느끼는 것 같다. 김경태는 올해 아시안투어에 다섯 차례 나가 모두 컷 탈락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다. 거리를 늘리려고 스윙을 바꾸다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인데 지난해 신한 동해오픈에서 함께 경기한 최경주의 충고가 계기가 됐다. “더 큰 무대로 가려면 공의 구질을 무겁게 하고 거리를 늘려라”는 말이었다. 최경주는 이날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김경태를 격려했다.

함께 경기한 세 선수 가운데 역시 최경주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1언더파 공동 19위, 홍순상은 이븐파 공동 31위, 김경태는 2오버파 공동 80위다.

김형성(삼화저축은행)이 이글 1개에 버디 5, 보기 1개로 6언더파 단독 선두다. 노장 이부영(44)과 롄루센(대만)이 5언더파 공동 2위. 우승 후보인 강경남(삼화저축은행)은 4언더파,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이븐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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