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와 회동결심 배경-國政운영 파트너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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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어려운 결심을 한가지 한 것같다.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창당준비위원장을 만나는 것이다.金위원장의 정계은퇴선언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기초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던 金대통령으로선 회동이 성사될 경우 자신의 기 본구상에 배치되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아마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만간 회동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정국이 헝클어져 여야 양진영의 지도자가 담판을 벌여야 하는 그런 벼랑끝 상황에서의 만남은 아니다.정기국회를 시작하면서 여야 영수가 미리 마주앉아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방침을 설명하고 야당의 의견을 듣는 회동이 될 전망이다.金위 원장이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정하는 조치다.
金위원장이 곧 공식적인 제1야당의 당수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회동이 성사되는 경우 그 의미는 작지 않다.회동은 金위원장의 정계복귀가 정치권에 수용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야권내부에서조차 많은 논란이 있는 이 고리를 金대통령이 풀어주게 되는 셈이다.金위원장의 차기대권행보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된다. 金대통령이 金위원장을 만날 경우 선물을 주게 될 가능성도 높다.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구상을 알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경우에 따라선 金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개진함으로써 그 방향을 자신이 원 하는 쪽으로 돌려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金위원장은 물론 그 주변에서도 회동을 강력히 희망해온 것은 이때문이다.
하지만 미리부터 金대통령이 특별히 金위원장을 우대할 것으로 보면 성급할 것같다.거듭 강조하지만 즐거운 선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회동이 이뤄져도 金대통령은 제1야당의 당수를 만나는 것이상의 의미가 부여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金위원장을 소외시킬 이유가 없고 그래서얻을 이득도 없지만 그 이상의 배려를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한다.담담하게 자신의 후반임기수행에 협조를 당부하고 이와관련한 야당의 의견을 듣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회동은 다자회동이 될 가능성도 있다.金위원장 뿐 아니라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이기택(李基澤)민주당총재와 21일 민자당 전국위원회에서 임명될 여당의 신임대표가 동석하는 형식이다.자연 깊은 얘기가 오가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
그러나 金대통령이 대화합과 큰정치를 펴나간다는 맥락에서 金위원장을 융숭히 대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때는 야당지도자들과의 연쇄회동 가운데 하나로 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의 단독회동이 성사될 것이다.이런 상황이 오면 정치권에는 상 당히 많은 변화요인들이 생기게 된다.최근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는 정계개편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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