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내분 점입가경-李총재.救黨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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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의 재분당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구당모임이 12일 모임에서 이기택(李基澤)총재와의 당 수습을 위한 협상이 안될 경우 별도 살림을 차리자는 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구당모임의원들은 이날오후 서울여의도 모호텔에서 모였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흥분했다고 한다.
전날밤 모임대표인 김원기(金元基)부총재가 李총재와 단독회동한결과를 들었기 때문이다.
李총재가 표 대결을 하는 8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하자는주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는데 대해 모두가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급기야 이 자리에서는『정 안되면 딴살림을 차리자』는 방침을 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제정구(諸廷坵)대변인은『전당대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면 당권을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수 있다』며『제3의 인물을 추대하는 축제성 전당대회를 열자는 입장에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李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를 두번 열자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8월대회에서 당 대표를 뽑은뒤 외부인사를 광범위하게 영입해 12월께 총선을 앞두고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이다.李총재는 그러나 『신당이 민주당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멈추지 않는 지금 총재직 사퇴는 있을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강조했다.李총재의 한 측근은 『전당대회를 두번 열자는 것은 사실상 우리측이 낼수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했다. 구당모임측은 그러나 李총재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諸대변인은『어쨌든 8월 전당대회가 당권경쟁을 위한 대회로 치러져선 안된다』고 말했다.양측이 당 수습안을놓고 계속 평행선만 달리는 모습이다.
구당모임이 새로운 당을 만들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은 일단 李총재 압박용으로 볼수 있다.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분명히 해둠으로써 李총재측의 양보를 겨냥하는 셈이다.
구당모임 내부적으로는 정치권 외곽의 개혁세력을 끌어모아 이른바 개혁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실제로 구당모임내 시민연대위원회(위원장 李富榮)는 오는 28일로 예정된정치개혁시민연합 발기인대회에 발기인으로 참석한다 는 입장을 이미 정했다.이미 구당모임 소속의원들 대부분의 정서는 李총재 밑에선 도저히 있을수 없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때문에 구당모임은李총재가 계속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재분당을 감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같다.
다만 이들이 신당 창당을 꺼려온 것은 또한번의 핵분열을 할 경우 세 축소에 대한 우려때문이었다.15대 총선을 앞두고 反3金세력을 모을 결집축으로 기왕의 민주당이 가져다줄 이점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쨌든 구당모임대표 김원기부총재는 지난 11일에 이어 13일李총재와 또한번의 담판을 벌인다.당분간 협상에는 계속 임한다는내부방침에 따라서다.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의 표류가 어느쪽으로 방향을 정할지가 정치권의 또하나 변수다 .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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