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선언,당정개편 金대통령 구상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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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11 사면.복권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소위 「YS流」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망라되어 있다.예를 들어 의표를 찌르고,스케일 크면서,과감해 보이는그런 내용들이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에서 뜻을 잘못 읽어도 이를 방치하다가적절한 시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격적으로 발표해버린다.
의외성을 통해 발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그는 이런 전술로 야당시절에도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아나가곤 했다.
물론 이같은 金대통령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하는 이유는 사면.복권의 충격을 되새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직도 포장을 뜯지않은 중요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사면.복권은 金대통령이 구상했던 국정운영 쇄신방안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다.
우선 金대통령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8.15경축사에무엇이 담길지 모른다.
청와대측은 『획기적 대북제의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번역과정에서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金대통령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북한문제에 대해 무엇인가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그다음이 당정개편이다.
당은 대폭,정부와 청와대비서실은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특히 인사에 관한한 사전보안을 중요시하는 金대통령이어서 이 문제는「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 정답이다.
사면.복권의 경우에서처럼 계파가 어떻고,출신이 어떻고 하던 얘기들이 무색해지는 파격적인 인선내용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여권일각에서는 金대통령이 민자당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서조차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까지 한다.
또한 金대통령은 개각이 먼저 단행될지,민자당개편이 먼저 단행될지에 대해서도 밝힌 일이 없기도 하다.분명한 것은 민자당 전국위원회가 21일 열린다는 사실뿐이다.
8.25 후반임기개시 행사 역시 고비다.일반의 관측은 그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와 함께 국민의 대화합을 호소하리라는 것이다.이럴 경우 그 구체적 대상은 정치권,좁게는 야권이 될 수도있다. 그가 화합의 촉진을 위해 정치권에 모종의 방안을 제시할경우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金대통령이 풀어놓을 보따리에 대해 미리 아는 것은 어렵지만 그 흐름 정도는 예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사면.복권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구여권인사 포용이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金대통령은 자신이 지역과 계파를 초탈하는 모범을 보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대야관계를 재정립하면서 김대중(金大中)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이나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이기택(李基澤)민주당총재등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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