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와 정치권이 올려놓은 강북 집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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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내놓은 강북 지역 집값 안정대책이 효과를 볼지가 의문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이미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정착된 상황에서 그 효력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의 문턱을 높인 것도 마찬가지다. 강북 지역의 집값 상승을 주도한 주택들은 대출규제가 허술한 6억원 미만의 소형이 70~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강북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복잡해 보인다. 우선 강남에 비해 오래 소외돼온 강북 지역의 집값 따라잡기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값싼 소형 주택이 많은 강북 지역마저 집값이 급등하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강북 집값은 너무 올라도 고민, 안 올라도 고민이라는 정부의 난처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강북이건 강남이건 부동산 과열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강북의 집값 급등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마구잡이 개발 공약이 기름을 부었다. 총선에 나온 서울 지역 후보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뉴타운·재개발 공약을 남발했다. 뉴타운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입소문이 난 지역은 집값이 급등하고 소형 주택들의 지분 쪼개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대선 때부터 도심과 강북 재개발에 부동산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일단 한번 불붙기 시작한 강북 지역의 기대심리는 쉽게 끄기 어렵다. 이대로 방치하다 강북발 부동산 폭등이 전국으로 전염되면 큰일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실히 보이는 게 중요하다. 총선이 끝난 만큼 무분별한 강북 개발 공약부터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05년 시작된 아파트 공급확대 덕분에 앞으로 2~3년간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은 늘어나게 돼 있다. 어느 때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강북 집값부터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