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스라엘,中東경제강국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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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스라엘 증권회사의 임원이었던 아릭 아라드는 과거 수년간 해외고객들에게 이스라엘이 군사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그러나예루살렘 쇼핑센터 대표가 된 지금은 아랍지역을 돌아다니며 경제강국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같은 아라드의 인식변화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무너지면서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경제주역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고 있다.바르 일란大의 이프라임 인바르교수는 『과거 우리는 국가의 힘을 무력으로 보았으나이제는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경제력을 더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경제공세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이스라엘이 全중동지역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이를 부인하지만 이스라엘 상공회의소의 댄 길러먼회장은『(경제우선전략은)중동지역의 비즈니스에서 주도적 역할을하려는 의도와 이스라엘의 경제적 지배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는노력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라고 인정한다.이스 라엘정부는 비즈니스를 통해 중동지역의 판도 형성에 궁극적으로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사고의 변화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발표한 94년 보고서에도 반영돼 있다.이츠하크 라빈총리는 최근에서야 경제가 이스라엘 국방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시도는 현재 진행중인 평화회담의 결과에 달려있다. 최근 텔아비브의 버스폭탄테러사건은 분명히 이같은 협력증진을 저해한다.이스라엘 내에도 부정적인 인사가 있다.경제학자들은 걸프국가를 제외한 아랍국가들의 對이스라엘 교역이 전체 수출액의 10%를 넘지못할 것으로 추산한다.반대론자들은 이 스라엘이 하이테크산업에 중점을 둘 경우 주요시장은(중동이 아니라)유럽과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경제력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지난해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은 이집트.시리아.레바논.요르단을 합친 것과 비슷하고 1인당 소득은 1만4천달러로 이웃나라들의 9백달러를 훨씬 능가한다.
전직외교관인 님로드 노비크는 『정부는 경제협력을 정치적 영향력을 보강하는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다면 사업가들은 그런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동은 농업기술.수리.태양에너지등 이스라엘의 「중급기술제품」에 중요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바르 교수는 『경제는 힘의 일부일뿐이고 힘의 대부분은 여전히 군사력』이라며 경제협력에 지나친 확신을 갖는데는 부정적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적어도 한가지 성과는 거둔것으로 보인다.사업가로 변신한 전직외교관 데이비드 킴체는 『드디어 우리가 속한 지역을 볼 수 있게 됐다.우리는 결국 중동의일부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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