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舊총독부건물 철거-반대論(姜基遠.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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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8.15 광복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되는 정부의 국립중앙박물관건물 철거결정을 지금 비판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인가.아니다.아무리 며칠 후로 잡힌 행사라지만 우리는 끝까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첫째,이 건물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해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만든 총본부다.그들은 우리의 주권을 빼앗고 경제적 착취와문화말살정책을 폈다.패전 후 돌아갔으나 우리는 아직도 그들로부터 진정한 사과,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여 기고 있다.
정신대 소송등이 현재에도 일본 법원에 여럿 계속(係屬)되어 있는 상태에서 굳이 일제의 잔악한 식민정치의 총본산을 증거인멸할 필요가 없다.
둘째,이 건물설계는 독일건축가가 했으나 건축자재는 목재.돌.
모래와 자갈.대리석 등이 전부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다.노동력도 거의 전부 우리나라 사람들을 동원한 것이다.개중에 많은 사람이 혹사당하고 다치고 했을 것이다.따라서 우리는 마땅히 이 건물이 나의 선조가 만든 물건이라고 생각해야 하고,이 건물의 운명에 대해 신중하게 임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이 건물은 처음 일제의 식민통치의 총본부용으로 세워졌으나 해방 후 대한민국 건국의 산실이었고 수많은 정부 활동과 기능이 수행된 현장이다.
1945년9월9일 조선총독이 하지중장에게 항복문서를 전달한 곳도 이 곳이고 48년 제헌국회 개원,헌법공포식,초대 정.부통령 취임식 등이 다 이곳에서 이뤄졌다.
그해 8월15일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식을 가졌으며 그후 국회의사당,대통령집무실,정부청사 등으로 이용되었다.이와 같은 역사의 현장을 우리는 잘 보존해야 한다.
철거주장론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일본학생들의 수학여행코스가 되었다는 것이다.「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확인한다」든가심지어「침략의 충동을 기른다」고 하는 말은 근거 없는 소리고,정말 우리 국민을 무지몽매하고 감정적인 대중 수 준으로 끌어내리는 발언이다.
일본인이 만약 상식에 어긋나게 국제법 위반행위를 자랑의 마음으로 회상한다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일본이고,이런 일본사람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다.
일본학생들의 역사교과서 내용에 불만이면 우리가 일본인을 위한역사,韓日관계사를 펴내 읽혀야 할 것이고,일본학생들이 이 건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우리는 이 건물을 잘 보존해 역사의 교훈을 일깨워 줘야 할 것이다.
지금 이 건물 철거 작업을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막대한 비용지출을 해야한다.왜 우리 피해국 국민이 가해국 국민이 벌여논 만행(?)의 뒤처리 비용까지 떠맡아야 하는가.우리조선이 비용을 일본이 책임지도록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건물 철거는 역사의 물증(物證)을 상실하는 것이요,유용한교육자료의 상실이요,나의 선조의 손길이 닿은 유품의 방기요,우리의 국고 낭비요,어느것 하나 유익한 점이 없는 행동이다.만약우리가 이 건물 철거를 강행한다면 역사에 남을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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